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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미국 배당주 투자

집값은 왜 오를까? -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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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날이고 날씨가 더워서 카페로 도망쳐왔는데 추워서 책에 집중이 안되네요 ㅎ

집값이 오르는 이유를 대한민국 경제학자, 정부, (자칭)전문가, 부자, 덜 부자, 흙수저, 댓글 트롤러가 총 출동하여 여러가지 이유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저도 저만의 생각이 있지만 비교적 덜 주목받는 사회문화적인 측면을 얘기해보려 합니다.

참고로 저는 80년대 전후 출생입니다.

제 또래들이 한창 집을 샀고, 살 나이기도 하고, 비교적 다양한 직업군이 있어 나름 대표성은 있다고 생각됩니다.

어디까지나 심심풀이 의견일 뿐 가볍게 읽어주세요.

 

1. 필수 수요가 늘었다

요즘 된장녀라는 말 안쓰죠. 

몇 년전만 해도 5,000원짜리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게 합리적인 행동이냐 아니냐로 사회적으로 시끄러웠습니다.

지금도 굳이 따지면 비합리적이긴 하지만 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졌습니다. 저도 마시고 다들 마십니다.

단칸방에서 시작한 부모님 세대 이야기 이야기, 작지만 우리 만의 집으로 시작한 이야기.. 

요즘 누가 이런 이야기 하나요??

10년 전만 해도 아파트 아니면 결혼생활 시작 안한다는 여자가 있으면 욕이란 욕을 다 먹었겠지만..

요즘 누가 욕합니까? 저부터도 그러기 싫습니다.

돈이 있든 없든, 남자가 준비하든, 장모님이 해주든, 저축 없는 흙수저 둘이서 대출 풀로 땡기든..

머릿속에서는 일단 소형 아파트가 기본입니다.

형편이 안되도 일단 소형 아파트를 목표로 대출이든 신혼부부 특공이든 온갖 수단을 강구합니다.

세상이 변했어요.

인구는 줄면서도(아직 덜 줄었지만) 아파트를 꼭이요 꼭 제발 하아.. ㅜ 원하는 수요는 훨씬 늘어났습니다.

찾는 사람이 많으면 가격이 올라가죠.

특히 서울

 

2. 돈이 늘었다

인플레이션 말고요

굴릴 수 있는 자금이 늘었습니다

저 부산에서 초등학교 다닐 때 한 반에 60명 있었는데, 맞벌이 가정 3명도 안되었습니다.

지금은?

2016년 평균 초혼 연령 남자 32.8세, 여자 30.1세. 

직업 없는 여자 소개팅 시켜줄 용자도 없고, 받아줄 사람도 없습니다.

주변에는 일하는 여성 천지입니다.

산술적으로 가계 수입은 2배가 되었습니다.

출산 후 전업주부를 하시는 분도 있고, 아기 봐주는데 수입의 절반이 들어갈 수도 있지만..

안 그런 집도 있습니다.

어차피 집은 돈 없는 사람이 아니라 있는 사람이 사는 거니까요.

부모님이 아기 돌봐주는거 도와주시는 대기업 맞벌이 부부의 소득과 저축액

이런 조합, 이런 자금력이 과거에 있었나요?

지금은 많습니다.

 

3. 부자가 많다

어릴 때는 몰랐습니다.

막연하게 레고 있고, 게임기 종류별로 다 있는 친구는 잘 산다고 생각했는데..

대학 들어오고, 수도권에서 일 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느낀 점은..

'서울에 집 사고 자녀들까지 다 보태줄 정도로 돈 많은 사람은 충분히 많다'입니다

그리고 '조금만 대출 받으면 살 수 있는데 일부러 전세 사는 사람'도 부지기수입니다.

나는 흙수저라 너무 힘든데 다주택자/투기꾼들이 집값 다 올린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그렇게 생각하시는건 자유지만 시장을 읽는 눈은 절대 생기지 않을거라 얘기드리고 싶네요

 

4. 삶의 질을 향한 욕구

20년 전에도 강 조망, 바다 조망이 있었지만 지금보다 훨씬 금액 차이가 적었습니다.

숲세권, 슬세권이라는 말도 생겼네요.

강남 치맛바람의 극성으로만 여겨졌던 학군 타령, 요즘 학군 고민 안하는 부모 있기나 한가요?

빌라 살던 사람이 아파트 들어오면 유턴 안합니다.

한 번 신축 맛보면 신축으로만 이사 다닌다고 합니다.

24평 방 3개? 30, 40평은 되어야 애 키울만 하다고 공공연하게 추천합니다

더 쾌적한 환경을 찾아 도시를 떠나 근교에 자리잡았던 부자들, 다시 도심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이는 고도로 지식화된 사회일 수록 나타나는 전세계적인 현상입니다.

능남 감독님이 변덕규에게 그랬죠. 체력이나 기술은 내가 가르쳐 줄 수 있지만 널 크게는 만들어 줄 수 없어..

사물 인터넷으로 지리적인 거리를 극복할 줄 알았는데, 

역설적으로 물리적인 거리는 절대 극복할 수 없고 시간을 아끼는 귀중한 가치라는 점이 더욱 부각되었습니다.

 

5. 지방? 응 안가

서울 살던 사람은 서울 안 떠나려 하고, 서울 들어온 사람도 서울 안 떠나려 합니다.

부산이랑 대구에서 공부 잘하던 제 친구들 80%는 인서울 대학와서 서울, 경기에 자리 잡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 저 어릴 때만해도 부산대, 경북대가 최고고 서울도 서연고서성한이외 이하는 개무시했습니다.

  후삼국이라는 말 아시는분? 지금은 뭐.. ㅋㅋㅋㅋㅋ

- 평생 서울 살던 아가씨, 대학을 충남대에 갔는데 대전이 너무 후져서 충격 먹었다고 합디다.

- 서울 사람에게 인천 집값이 너무 싸고 지하철도 연결되어 있는데 출퇴근 하면 안되냐고 물어보니 

  '인천은 인천이야'라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노원-강남, 분당-신도림은 출퇴근해도 인천-서울은 애초에 고려 안하나 봅니다

- 전시를 너무 좋아하는 어떤 분은 주말마다 서울에서 전시를 보기 위해 대전에서 서울로 멀쩡한 직장을 옮겼습니다.

- 서울 살다가 대전, 울산, 거제에 발령난 사람들은 이 직장을 그만둘지 말지부터 고민합니다.

이유야 뭐가 어떻든.. 

서울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봅니다.

저부터도 안내려가고 있고, 내려갈 생각 없습니다.

 

결론

물론 위에 말한 수요를 충죽시키기 위해 정부에서 공급을 늘일 이유는 없습니다

살고 싶은 사람 많다고 다 받아줘야 하나요 ㅋ

정부 정책이 100% 틀렸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혹시 8.2 대책이나 그 이전 정책이 없었으면 집값이 그대로거나 내려갔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죠??

 

솔직히 저는 정부에서 뭔 짓을 해도 서울 집값은 당분간 우상향 할거라 생각하는 편에 속하는 사람이구요

(아 물론 대책이 후진 점은 인정합니다;;;)

정부의 정책은 내가 어떤 포지션에서 행동해야 최선을 이득을 취할지 알려주는 암호라고 생각합니다

 

영원히 오르진 않겠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시장에 변화(폭등이든 폭락이든)가 생긴 후에야 대책을 내놓는 후행성 정책 주를 이룹니다.

따라서 집값에 영향을 주는 글로벌 트렌드나 사회현상을 민감하게 읽어낼 수 있다면,

집 값이 떨어질 때도 올라갈 때도 미리 지혜롭게 대응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부모님 세대의 최대 자산이 재개발, 재건축 개이득 or 꿀빨기였다면,

지금 30, 40대의 최대 자산은 정책의 변화를 몸으로 느끼고 싸우고 있는 세대라는 점입니다.

앞으로 집을 사고 팔 때 더 지혜로운 선택을 하게 해줄 든든한 무기지만,

꾸준히 지식을 갈고 닦지 않으면 더 잘 아는 사람들에게 밀려 나가떨어지는 녹슨 칼이 될지도 모릅니다.

 

옆사람에게 썰리기 전에 다같이 공부합시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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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과거 다른 커뮤니티에 썼던 글을 블로그에 복원한 것이다.

원글 작성일 2018년 8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