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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fe & Restaurant

[망원] 딥블루레이크 & 카페 엘 디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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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집에서 11시에 점심을 먹고 2시까지 기다릴 곳이 필요해서 주변 카페를 검색했더니 딥블루레이크Deep Blue Lake가 망고플레이트에서 평이 나쁘지 않았다.

사진만 봐서는 인스타카페처럼 보였지만 호기심에 찾아가 보았다.

일단 건물 색이 눈길을 확 끈다.

특이하게도 3층 건물 전체를 카페로 사용하고 있다.

요즘은 이런식으로 운영되는 가게를 보면 수익구조가 어떻게 되는지부터 궁금해진다.

1층 절반은 카운터, 다른 절반은 로스팅 기계가 들어서 있다.

뜬금없이 바닥 타일색이 건물색과 잘 조화되면서 예뻤다.

메뉴는 간단한 편이다.

메뉴가 많다고 맛이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법은 없지만, 왠지 메뉴가 적을 때는 맛으로 승부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에스프레소가 살짝 비싼게 의외다.

아메리카노, 플랫 화이트, 카푸치노, 카페 라떼, 바닐라 라떼를 기본으로 하고 오트 라떼, For Coffee Lover, 시나몬 바닐라 라떼가 특이할만 하다.

다른 카페에서 잘 보이지 않는 메뉴를 즐겨 주문하는 성격이라 시나몬 바닐라 라떼와 브라우니를 시켰다.

가게 한켠에는 볶은 원두, 드립백 커피, 컵 등 굿즈를 팔고 있다.

그러고보니 메뉴에는 드립커피가 없었다.

로스팅해서 원두를 팔 정도면 어느정도 맛에 자신이 있다는 말인데 드립커피가 메뉴에 없는게 의외다.

커핑 점수 82점 이상의 원두만 사용한다고 한다.

커핑이란 분쇄한 커피에 뜨거운 물을 부어 충분히 침전시킨 용액을 흡입하여 커피향을 평가하는 방법이다.

Outstanding(90-100점), Excellent(85-89.99), Very Good(80-84.99), Below Specialty Quality(80 이하)로 나눠지며, 80점이 넘는 세 등급은 스페셜티 커피로 분류된다.

사실 다른 카페에서도 다 이렇게 하는데 별로 티를 안내는 것인지 저렴한 원두를 쓰는지 나는 모르니 속단할 순 없다.

적어도 이 카페에서 원두 퀄리티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커피 트레이를 들고 3층으로 올라갔다.

일단 분위기는 합격.

일반적으로 카페는 아무리 사람이 없어도 카페 특유의 불편함이 있다. 카페에서 빈자리란 커피를 주문한 사람이 앉아서 마시다 가는 장소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공간은 너무 아늑하고 편안했다.

'휴식을 취하거나 책을 읽어도 좋지만 커피를 함께 마시면 더 좋습니다' 같은 느낌?

실제로 이 자리에서 커피를 마시며 2시간 반 동안 책 한권을 다 읽었다.

여기도 바닥재 색상이 마음에 든다.

공간 곳곳이 단정하면서도 주인의 취향이 묻어있다.

음악소리가 여느 카페보다 살짝 작은 점이 좋았다.

음악은 집중해서 귀를 기울이면 들릴 정도면 딱 좋다고 생각하는데 이곳이 그랬다.

건물 전체를 쓰는데 비해 공간이 그리 넓지 않은 느낌이다. 하지만 좁은 느낌이 들지 않도록 좌석 사이에 벽으로 구획을 두고 거리를 잘 벌려놓았다.

사진을 찍은게 오후 1시쯤인데 햇살이 건물 내부로 들어오는 모습이 좋았다.

3층 건물임에도 골목가에 위치한지라 뷰는 살짝 아쉬웠다.

커피는 은은하면서도 자기만의 느낌이 있다.

개인적으로 바닐라 라떼류는 너무 달아서 싫어하는데, 이 커피는 시나몬 향이 너무 강하거나 라떼가 너무 니글거리지 않고 훌륭하게 조화를 이룬다. 메뉴판의 설명대로 직접 만든 바닐라 시럽을 써서 그렇지 않을까 생각된다. 

수제 원료를 쓰는 집들은 이도저도 아닌 맛이 나거나 은은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나는데 이곳은 후자에 가깝다.

브라우니는 너무 꾸덕하지도 너무 단단하지도 미친 듯이 달지도 않지만 확실하게 자기 맛을 내준다.

함께 올려준 크림도 맛이 딱 내 취향이다.

바닐라 라떼에 브라우니, 크림까지 달달이 3대장을 번갈아가며 입에 넣는데도 너무 달아서 부담스럽거나 어느 한쪽의 맛이 지워지는 느낌이 나지 않아서 좋았다.

커피잔에 귀를 데면 거품이 터지는 듯한 기분 좋은 소리가 난다.

신기하게도 이 소리는 커피를 비우는 한시간 내내 났다.

2층에는 탁자형 테이블도 있다.

사람들이 많아서 사진은 제대로 찍지 못했다.

걸어 올라오기 싫어서 다들 2층에 모여있는 것일까?

뜻밖에도 맛있는 커피를 먹었다는 기대감에 드립백 커피도 구매했다.

다음 기회에 리뷰도 올려야겠다.

 

볼일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지나친 카페 엘디오스.

'바리스타챔피언의 카페'라는 글귀가 눈에 띈다.

사실 사람이나 공산품은 수상 이력 자랑하는 놈들이 특별히 더 나은걸 본 기억이 없다.

하지만 카페는 수상이나 인증 받은 집 치고 날 실망시킨 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래서 가게에 입장.

카운터 맞은편에는 각종 상장(?)들이 걸려있다.

건물 귀퉁이에 있는 가게라 내부가 상당히 좁고 좌석도 많지 않다.

사장님은 바텐더처럼 살짝 각 잡혀있으면서도 빠른 동작이 인상적이었다.

취미 내지는 출퇴근용으로 보여지는 자전거.

슈크림 라떼에 눈길이 갔지만 한시간 전에 바닐라 라떼를 먹어서 패스, 쌍화차나 뱅쇼, 말차 라떼도 먹고 싶었지만 그래도 바리스타챔 피언이라니 이번에는 커피를 마시기로 하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커피맛은 묵직하다기보단 과일향이 나면서 시원한 느낌을 준다.

가격 생각하면 믿어지지 않는 퀄리티.

망원동의 다른 예쁜 카페에 놀러 오더라도 집에 갈 때는 엘디오스에 들러서 다른 메뉴를 하나씩 시험해 봐야겠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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