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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틀랜드 제도 여행기(Shetland Islands)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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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날 아침이 밝았다.

숙소에서의 마지막 식사.

1편에서 언급했던 솔하임 게스트하우스 Solheim Guest House의 조식.

조식이 좋다고 했던 이유가 내가 직접 해먹는게 아니라 사진에 보이는 토스트, 에그스크럼블, 소시지, 토마토 모두 주인 아주머니가 기깔나게 구워주신다. 커피 or 홍차도 타 주신다. 테이블 위에 있는 잼과 버터도 맛있고, 우유도 있어서 밀크티로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사진으로 남기지는 못했지만 다른 테이블에는 떠먹는 요거트, 과일, 시리얼도 종류별로 있다.

짐을 모두 트렁크에 싣고 출발.

아침에 비가 와서 무지개가 걸려있다.

사실 한국에서 셰틀랜드 일기예보를 검색했을 때 비행기 타기 직전까지만 해도 3일 내내 비가 올 것이라고 했다.

다행히 첫째날 하이킹과 둘째날 자전거 탈 때는 비가 거의 오지 않았다.

이 얘기를 주인 아주머니에게 했더니 "셰틀랜드 날씨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5분만 기다리면 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날씨 변화가 심하다고 했다.

알고보니 이 문구는 마크 트웨인이 했던 "If you don't like the weather in New England now, just wait a few minutes"라는 어록에서 나온 것이었다. 

구글에서 'If you don't like the weather'만 쳐도 자동완성 되는걸 보니 영미권에서 날씨가 오락가락 하는 지역 사람들이 유행처럼 쓰는 표현인 것 같다.

메인란드 남쪽과 서쪽을 둘러보았으니 북쪽 지역을 드라이브 하기로 했다.

대략적인 루트는 아래와 같다.

러윅에서 출발해 시계반대방향으로 돌았다.

중간중간 경치를 감상하면서 쉬어갔기 때문에 실제로 주행한 시간은 6시간 가까이 된다.

운전만 하다가 그냥 지나친 곳, 역광 때문에 화면에 담기 어려운 곳, 사진 실력이 안되서 기록에 남기지 못한 곳이 많다.

그리고 웅장하고 멋있는데 도저히 사진으로 표현이 되지 않는 곳도 있었다.

예를 들면 이곳.

https://www.google.com/maps/@60.4188798,-1.2297225,3a,75y,132.67h,84.24t/data=!3m6!1e1!3m4!1sjpDYzt3OxaZ2YMrzz8r7Jw!2e0!7i13312!8i6656

구글맵으로 봐도 신통치 않은데 실제로 차를 달리면서 묘한 기분이 들었던 곳이다.

다른 사진들도 대체로 망했다.

내가 사진을 잘 못찍는다는게 이렇게 한스러운 적이 없을 정도로 멋진 풍경의 연속이었다.

나름 영국에서 평점이 좋다는 Frankies Fish & Chips.

메인랜드 한가운데 있어 이동경로에 있기도 해서 들렀다.

어제도 피시앤칩스를 먹었으니 이번에는 smoked haddock을 먹어보기로 했다.

코울슬로를 추가했다.

맛은 fail..

원시인들이 이렇게 훈제해 먹었을 것 같은 맛이 났다.

피시앤칩스는 제발 오리지널 튀김옷만 즐기도록 하자.

카푸치노도 테이크아웃해서 다시 차를 달렸다.

여기도 풍경이 쩔었는데 사진은 너무 보잘것 없이 나왔다.

지구야 내가 미안해.

렌트카는 빌릴 때 미리 얘기하면 페리 주차장에 반납할 수 있다.

렌트카 전용 주차구역에 차를 대고 차키는 페리 티켓팅 하는 건물 안에 있는 열쇠박스에 넣으면 된다.

3일간의 셰틀랜드 여행이 이렇게 끝이 났다.

아래 사진은 다시 애버딘에 돌아와서 배에서 내릴 때 찍은 사진. 

 

여행 후기 및 꿀팁 대방출

여행 내내 너무 즐거웠다.

가급적 도시적인 여행지, 복잡한 곳을 즐겨 찾는지라 풍경으로 잘 감동을 받지 않는데 셰틀랜드는 가슴 벅찬 풍경의 연속이었다.

페로 제도나 아이슬랜드 사진을 보고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셰틀랜드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실제로 그렇게 찾다가 갔으니까.

개인차가 있겠지만 나는 그랜드 캐년보다 훨씬 좋았다.

원래 목표였던 셰틀랜드에서 셰틀랜드 쉽독과 사진찍기는 실패했다.

하지만 언젠가 재방문해서 내 로망을 실현시키고 싶다.

그럼 셰틀랜드 여행시 주의사항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1. 페리 or 비행기

돈 아끼려고 심야버스에 페리 타고 던너갔던 곳이지만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나 싶다.

몸도 고생이지만 시간낭비가 너무 심하다.

해외여행 동안은 시간이 돈인데 영국까지 와서 길바닥에 2-3일을 버리는 행동은 비효율적이기 그지없다.

페리를 타려면 무조건 애버딘에 가야하는데 런던과 애버딘을 오가는 시간도 아깝지만, 스코틀랜드 주요 관광지인 글래스고나 에든버러에서 놀다가 애버딘에 가려고 해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가장 최선은 런던 in -> 기차(or 야간버스)로 글래스고/에든버러가서 2-3일 관광 -> 로건에어(logan air)로 섬버그Sumburgh를 통해 셰틀랜드에 들어가는 것이다.

돌아올 때는 비행기보다 러윅에서 편도로 페리를 타는게 나을 수 있다.

마지막 날 다시 공항에 가야하면 반나절 이상을 날리게 되지만, 페리는 17-18시쯤 승선하기 때문에 렌트카(혹은 자전거)를 터미널에 반납하고 바로 배에 오르면 된다.

다음날 아침 7-8시쯤 애버딘에 도착하여 9-10시 경 기차로 런던에 돌아오면 되니 시간활용 면에서는 훨씬 좋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나도 런던에 돌아올 때는 싼 표를 구할 수 있어서 기차로 왔다. 페리 터미널에서 기차역까지는 걸어서 20분도 안걸린다. 

최대한 계획을 철저히 세워 일찍 예약하면 기차와 저가항공 모두 최저가로 준비할 수 있기 때문에 돈과 시간을 모두 아끼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2. 여행은 반드시 봄, 여름, 가을에

셰틀랜드 여행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인 https://www.shetland.org에 상당히 잘 정리되어 있다.

자연환경이 상당히 좋아 경치 외에도 퍼핀이나 물개, 범고래 등도 관찰할 수 있다.

이 녀석이 퍼핀

하지만 겨울이 되면 셰틀랜드에서 즐길 수 있는 것들이 극도로 줄어든다.

동물은 당연히 보이지 않고, 각종 행사나 볼거리, 투어는 사라지고, 일부 하이킹 구간은 폐쇄, 버스 운행도 감소된다.

특히 홈페이지나 구글 검색에 따르면 셰틀랜드는 메인랜드 외에 옐Yell, 운스트Unst, 브레세이Bressay 등 크고 작은 섬에서 볼만한 것들이 많다고 하는데 페리 운행이 축소되거나, 작은 섬들은 겨울 시즌에 아예 배가 다니지 않는다. 

심지어 셰틀랜드에 들어갔다가 쌓인 눈만 보고 다시 나왔다는 여행기를 본 적도 있다. 

내가 갔던 11월도 그나마 초록빛이 남아있었지만 겨울 시즌이라 모든 엑티비티가 사라지고 가고 싶었던 섬도 갈 수 없었다.

 

3. 자전거, 도보 여행은 다시 생각해보라

2편에서 적었듯이 자전거를 탄다면 바람 때문에 큰 고생을 하게 된다.

갈 때가 편했다면 올 때 괴로울 것이고, 갈 때 힘들었다면 올 때는 편할 것이다.

물론 자전거 자체의 매력은 상당하기 때문에 다음에 간다면 나는 조금 비싸더라도 전동 자전거를 대여할 것이다.

 

도보여행은 힘들다기 보다는 시간낭비가 상당하다.

일단 버스 운행편수가 너무 적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시간관리하며 이동하기가 불가능하다.

또한 하이킹 스팟 중 다수는 버스 정류장에 내린 후에도 코스 시작지점까지 한참 더 걸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이킹 코스 근처까지 버스가 다니지 않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홈페이지에서도 자가용으로 근처까지 이동 후 하이킹 할 것을 강력하게 권하고 있다.

렌트카의 가장 큰 문제는 메인랜드에서 다른 섬으로 넘어갈 때 페리 비용이 추가로 많이 든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는 오토바이가 최적으로 보이는데, 셰틀랜드에서 오토바이 렌탈이 가능한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4. 계획을 미리 확실하게 짤 것

당연하지만 꼭 계획이 필요한 이유가 있다.

사람들이 많이 가는 여행지라면 솔직히 전혀 계획하지 않았더라도 전날 밤에 대충 검색하면 가고 싶은 곳이 정해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셰틀랜드는 검색해도 일반인이 후기로 정리해 놓은 정보가 거의 없기 때문에 미리 목적지를 정해놓지 않으면 급하게 검색한들 얻는게 없다.

홈페이지에 소개된 것들을 중심으로 하되, 구글에 있는 서양 친구들의 여행기, 인스타그램에 있는 사진 등을 토대로 가보고 싶은 곳을 잘 정리해야 이동방법/시간/다른 섬 이동여부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셰틀랜드는 언젠가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여행지다.

다음에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따뜻한 시기에 글래스고나 에든버러 여행을 한 후 비행기로 셰틀랜드에 들어가 전동 자전거로 메인랜드 이외의 섬까지 돌아보고 싶다.

Fin.